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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그룹의 뉴 리더는......

야촌(1) 2010. 5. 9. 12:33

삼성, 역시 옛 구조본 출신이 ‘짱’

삼성그룹(상) 전자계열사

재계 뉴 리더(1) 

 

지난해 말 삼성전자 계열사 인사는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경영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론이 부상했다.

 

실제 삼성그룹은 사상 최대 인사를 통해 부사장 32명, 전무 88명, 상무 260명 등 총 380명을 승진시켰다.
CEO 후보들인 부사장과 전무 인맥이 두터워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경영전략과 인사, 투자조정 업무 등 관리 분야는 물론 디지털프린팅, 생활가전사업 등 전자 내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사업부서에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젊은피를 통해 전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관리 분야 뉴 리더는

윤주화 CFO· 이상훈 사장 등 주목

 

 

최지성 사장이 전사를 총괄하는 단독 CEO가 되면서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진은 최지성 CEO와 함께 이재용 COO, 윤주화 CFO(경영지원실장)로 이뤄진 삼각편대의 겉모습을 갖췄다.

 

부문제를 폐지하고 단독 CEO 체제를 구축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고 스피드 경영을 가능케 한다는 장점을 언급하지만, 사내 안팎에선 COO로 사업조정 역할을 하는 이재용 부사장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고경영진 구조가 간단해진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기구들도 확대 개편됐다. 대표적인 예가 경영지원실. 지난 1월 삼성전자는 재무와 전략, 기획 등을 맡아오던 경영지원총괄본부를 해체하고 사장급인 본부장이 맡던 CFO 자리도 없앴다.

 

이 경영지원총괄본부가 경영지원실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부활하고, 윤주화 사장이 CFO로 올랐다. 재무와 경영진단 업무가 통합되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게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재경팀과 경영지원팀장, 감사팀장을 거친 재무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성균관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78년에 바로 삼성전자에 입사, 주로 가전 분야에서 일해왔다. 88년 경영지원실 재경팀 경영지원그룹장으로 재무파트에 합류했다. 2000년 상무, 2002년 전무, 2004년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을 거듭한 바 있다.

 

윤주화 CFO는 경영지원총괄본부가 없어지면서 사장급인 감사팀장을 맡아왔다. 꼼꼼한 일처리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최지성 사장 다음으로 2인자 자리를 사실상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지원실과 동시에 주목받는 조직이 이상훈 사장(55)이 이끄는 사업지원팀. 삼성전자의 사업지원팀은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이후, 전자사업 쪽에서 사업기획이나 투자조정 역할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훈 사장 역시 전략기획실 재무팀 출신. 82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본사 경영지원그룹장을 맡는 등 재무통으로 불린다. 사업지원팀장은 부사장급이었지만 지난해 말 사장급으로 격상됐다.

 

82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사장은 삼성전자 국제회계그룹장, 북미총괄 경영지원팀장 등 재무와 경영지원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북미총괄에서 경영지원팀장을 맡으며 유학 온 이재용 부사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무전문가 부상

 

이상훈 사장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구조조정본부에서도 재무팀 임원을 시작으로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 경영지원2파트장을 거쳤다. 44세에 임원이 되고, 삼성전자 등기이사를 지낼 만큼 능력을 인정받아왔다(올해 주주총회 때 등기임원에서 빠짐).

 

특히 옛 구조조정본부 출신인 이상훈 사장이 지휘하는 사업지원팀은 사업기획 및 투자조정 업무를 총괄하면서 이재용 부사장의 경영비전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전략기획실이 없고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전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사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상훈 사장은 재무파트에서 이재용 부사장을 가장 잘 보좌할 수 있는 적임으로 평가된다.

 

삼성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이상훈 사장에 대해 “이재용 부사장과 가장 가까운 인사”라며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에서의 활약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상훈 사장이 최지성 사장, 윤주화 사장 등과 함께 이재용 시대의 ‘키맨’으로 꼽히는 이유다. 윤주화, 이상훈 사장 등은 사내에서도 일처리를 꼼꼼하게 하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이재용 부사장의 업무스타일과 맞아떨어진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최지성 사장, 윤주화 사장, 이상훈 사장이 JY(이재용 부사장)의 삼각편대”라고 말했다.

또한 전략기획실 출신으로는 정유성 경영전략팀장과 김봉영 감사팀장도 눈에 띈다.

정유성 경영전략팀장(부사장)은 전략기획실 인사지원팀장 출신이다. 한양대 공대를 졸업했지만 전략기획실에서 인사업무를 맡은 경력이 있다. 삼성전자에서도 인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꼼꼼하고 일을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직원의 전언이다.

이 직원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후배들을 키워주는 스타일로 내부 평가가 좋다”고 말했다. 김봉영 감사팀장 부사장 역시 전략기획실 경영진단팀 출신으로 당시에 계열사 업무조정, 경영진단 업무를 두루 거쳤다.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새롭게 부상한 인사들 중 관리 분야에선 대부분 과거 그룹 비서실 내지 구조조정본부 근무경력이 있거나 재무전문가들인 인물들이 많다. 일각에선 단독 CEO의 등장과 구조본 출신 인사들의 승진이 두드러지면서 ‘관리의 삼성’이라는 분위기가 더욱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한 간부는 “단독 CEO를 중심으로 각 사업부가 직속되는 형태인 만큼 지원 기능이 강화되는 게 당연하다”면서 “전략기획실이 없어진 점 또한 이런 추세를 강화한 이유가 될 것”이라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과거 이 회장을 보좌했던 전략기획실의 부활에도 관심이 쏠린다.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전략기획실이 해체되고, 삼성은 공식적으로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로 돌입한 바 있다. 각 계열사 사장으로 이뤄진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브랜드관리위원회, 투자조정위원회, 인사위원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협의체 형식의 위원회로는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뚜렷한 한계를 보여왔다. 이건희 회장 복귀 후 경영전략실 부활설이 계속되는 이유다.

실제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한 이후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전략팀 상무인 김원택 상무를 회장 비서팀장으로 발령 냈다. 김 상무는 이 회장의 경영 복귀 전에도 수행비서로 활동하는 등 가까이서 이 회장을 보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기획실 부활 가능

현재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사장단협의회와 이건희 회장 아래에는 업무지원실, 윤리경영실, 브랜드관리실 등이 있다.

향후 전략기획실이 부활하면 이 3실이 중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브랜드관리실을 제외하면 업무지원실과 윤리경영실의 실장은 모두 삼성전자 소속 임원들이 맡고 있다.

사장단협의회 업무 보조를 맡았던 업무지원실은 김종중 부사장이 이끈다. 김 부사장은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에서 일했고, 전략기획실 시절에는 전략지원팀 전무를 맡은 바 있다.

윤리경영실을 맡고 있는 김상균 사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출신이다. 윤리경영실은 법무실과 일부 계열사 감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전략기획실이 부활하거나 다른 형식으로 비서실 조직이 강화될 경우, 삼성전자 소속 임원들의 원대복귀도 점쳐진다. 정유성 경영전략팀장, 김봉영 감사팀장 등 과거 전략기획실 출신들은 맡았던 업무로 되돌아간다는 것.

하지만 삼성 측은 그동안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해 옛 전략기획실이나 비서실 형태의 조직을 부활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삼성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면서 “서서히 진용을 갖춰나가는 형식을 취할 것”이라 말했다.

외국인 뉴 리더는
데이비드 스틸 전무, 외국인 임원 1호


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임원은 13명. 지난해 3명이 새로 임원을 달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한층 강화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임원 1호였던 데이비드 스틸 상무(북미총괄 마케팅팀장)는 지난해 말 전무로 승진했다. 97년 삼성의 사내 컨설팅 조직인 미래전략그룹 창립 멤버로, 2002년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삼성전자 임원에 오른 바 있다.

북미 시장에서 디지털TV 성공신화를 이끌었던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팀 백스터와 존 레비가 이번에 각각 삼성전자 본사 전무와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프랑스법인의 필리프 바틀레도 상무로 올라갔다. 그는 프랑스에서 삼성 휴대폰이 5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받았다.

삼성전자 임원 면면은
KAIST 출신 800여명 중 71명 ‘최다’


삼성전자 임원은 800명을 넘어선다. 임원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한국과학기술원(71명)으로 나타났다.

3월 말 기준 삼성전자 임원은 868명으로 창립 이래 가장 많다. 지난 2008년 말 782명에 비해 임원이 80명 이상 늘어났다. 삼성전자에 합병된 삼성디지털이미징의 임원들을 합하면 실질적인 전체 임원 숫자는 880여명으로 늘어난다.

국내에서 근무하는 전체 직원 8만5085명의 1.02%에 해당한다.

직급별로는 회장 1명, 부회장 2명(이윤우 이사회 의장, 김순택 신사업추진단장), 사장 16명 등 최고경영진이 19명이다. 임원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은 42년 1월생으로 올해 만 68세인 이건희 회장이 꼽혔다.

 

최연소는 정종욱 상무(법무실 담당임원)와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상무(해외법무담당)로 두 사람 모두 70년생이다. 그러나 이들이 변호사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최연소 임원은 지난해 말 상무로 승진한 홍준성 미디어솔루션센터 연구위원(69년생)인 셈이다.


출신 학교별로는 한국과학기술원(석사 33명, 박사 38명)이 가장 많은 임원을 배출했으며, 경북대(학사 45명, 석사 20명), 서울대(학사 38명, 석사 15명, 박사 11명), 성균관대(학사 47명, 석사 12명), 한양대(학사 39명, 석사 11명)가 뒤를 이었다.

 

한국과학기술원 출신이 이처럼 많은 것은 삼성이 지난 95년부터 시작한 산학협력 MBA프로그램 졸업자가 임원으로 승진한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 문희철 기자 reporter@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55호(10.05.1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