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 버리고, 미래와 경쟁할 터"
이재정 선장, '노무현의 분신(分身)' 싣고 첫 출항
남북 화해·민주주의, 미래 비젼 제시에 역점 강조
최근 정치권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사분오열을 거듭하며 수적 열세에 놓였던 야권은 기존 다자 구도에 또 하나의 복병을 만나 향후 정치일정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얼마 전, 지난 5월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 계승을 기치로 국민참여당이 창당된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국민 참여당의 출현은 야권, 그 중 민주당엔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성향이 엇비슷한데다, 지난 참여정부 당시 한솥밥을 먹은 전력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국민참여당의 창당 이후 그대로 나타났다. 정통성과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의 적통을 두고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양측 모두, 민주개혁과 진보성향을 강조하며 제 색깔 갖기에 열을 올리면서 당장엔 협력보다는 차별화를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하자며 친노인사들이 주축이 된 국민참여당은 창당과 더불어 새로운 선장으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대표)을 맞이했다.
지난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서 의정과 국정을 각각 담당하기도 했던 이 대표는 통일부 장관 시절,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알려진 진보성향의 인사라는 점에서 보수진영으로부터는 날선 비난의 대상이기도 한 이유로 향후 이재정의 국민참여당은 지난 정권만큼이나 굴곡 많은 정치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정 대표의 면면을 살피고, 국민참여당의 미래를 가늠해 본다.
세종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정치권은 얼마 전 또 하나의 변수를 만났다. 그러나 이번엔 현안을 둔 이전투구가 아니다. 오히려 기존 정치세력엔 더할 나위 없이 긴장을 던지는 일이다. 새로운 정당이 출현한 것이다.
국내 정치에서 정당은 늘상 있어왔고, 소리 소문 없이 명멸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최근 출현한 정당은 이전 이름 없이 사라질, 혹은 그럴 법한 정당이 아니라는 일각의 평가가 이어져 관심을 모은다. 다름 아닌 국민 참여당이다.
첫 출항 신고한 '노무현 정당'
더욱 이들이 관심을 모으는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창당을 준비하던 당시부터 지난 5월 서거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하기 위한 창당임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이른바 '노무현 정당'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참여당 창당에 관여했던, 인사들의 대부분은 지난 참여정부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도와 참여정부를 이끌었던 이력을 가진 소위 '친노인사'들이다.
특히 창당 기간 준비위원장을 맡아, 주도적 역할을 해왔던 이병완 위원장은 전 정권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약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창당 관련, 여러 발언에서 "노무현 정신 계승과 당원이 주인인 참여민주주의 정당을 기치로 내걸었다"고 강조하며 '노무현 적통'을 공공연히 피력하기도 했다.
특히 창단기간 참여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은 정당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린 인사도 있었다.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다. 유 전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친노무현 인사다.
참여당의 노무현 적통이 비로소 빛을 발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입당이 전격적으로 성사되면서 부터다. 지난 대선 직후 민주당을 탈당해 야인으로 지내온 그 역시, 기존 민주당과 참여당을 두고 일면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창당이 임박한 지난해 11월 입당, 현재까지 높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전국 지역당 창당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한편, 당원 교육 등 일익을 담당해 왔다. 한편, 참여당이 사실상 베일을 벗은 지난 17일 향후 당을 이끌어갈 선장도 함께 드러났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대표)이다.
창당 준비 당시, 이병완 위원장은 대구시당 창당대회에 참석해 "이재정 전 장관은 종교계, 학계, 시민사회,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 하신 분이다"며 "당이 전진할 수 있도록 당의 큰 기둥이 돼 줄 것"이라고 말하며, 대표직 추대를 공론화 했고 유시민 전 장관 등도 적극 동조했다.
"노무현의 비극, 바로 잡겠다"
따라서 창당과 더불어 참여당의 키는 곧바로 이재정 대표로 넘어갔다. 참여당의 첫 출항에 첫 선장으로 취임한 것. 이에 따라 정가의 눈도, 기존 당에서 이 대표로 쏠렸다.
이 대표는 창당 당시 대표 수락 연설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파렴치한 정권'이라고 규정하며 그 이유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들어 "국민의 한사람으로 살아가려던 전직 대통령에 검찰을 앞세워, (부엉이 바위에서) 밀어 떨어뜨렸다"고 강조했다.
더욱 그는 "노무현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이 자리에서 새 출발을 한다. 이 길이 노무현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깨어 있는 시민으로 역사의 비극을 바로 잡겠다"고도 밝히며 노 전 대통령의 적통에 힘을 실었다.
반면, 참여당의 출범에 난색을 보여온 민주당은 우려 섞인 논평으로 축하(?)를 대신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개혁진영의 분열에 대한 뜻 있는 국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늘 국민참여당이 창당됐다"며 "안타깝고 우울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여타 진보 정당과 달리 창당 대회에 불참했던, 정세균 대표도 "대의도 명분도 없는 창당"이라고 비판하며 공세를 가했다.
정세균 대표까지 나서, 참여당을 비판하면서 이번엔 이 대표가 입을 열었다. 그는 취임 후 처음 가진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정당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비판과 악담을 했다. 이것이 바로 구태정치 결과다"라고 날을 세우며, "옛날식 관점에서 보면 분파다, 경쟁이다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국민참여당의 창당이 정치권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더 많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6.2 지방선거에서 20% 이상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성장하고, 참신한 미래 정당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현행 정치권이 참여당의 창당에 긴장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 말은 당의 진로를 판가름하는 주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여 더욱 주목된다.
사실상의 형제지간이나 다름없는 민주당과의 마찰도 바로, 지방선거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양측의 신경전인 셈이다. 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그리고, 행정가로도 자리했던 이재정 대표의 지도력도 오는 지방선거를 통해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민주당과 관계 정립, 우선 과제
그렇다고 당면한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전직이 말해주듯 익히 알려진 통일운동가 중 한사람이다. 더욱 그는 지난 정부 막바지 노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견인차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당의 대표를 맡은 이상, 그의 활동 영역은 이전에 비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참여당의 향후 행보에 대해 남북 화해와 평화, 공존은 물론이고 불합리한 세제 개편과 복지재정 확충 등 사회 전 분야에 대한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정치권의 분파주의에 대해서도, "단순히 또 하나의 새로운 정당을 만든 것이 아니다"며 "다른 정당과의 경쟁이 아닌, 미래와 경쟁하는 새로운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해 비극의 한가운데를 건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공언한 정당이 출범했다. 그러나 이들이 가야 할 길은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당장은 혈연지간인 민주당과의 관계가 얽혀 있다. 이를 넘는다 해도, 정국 구도와 정치 풍토는 이들에게 시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세력 규합을 마다하고, 새롭게 선을 보인 이재정의 국민참여당이 정치권에 어떤 기상도를 만들어 낼지 귀추가 모아진다.
박상민기자 l cyd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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