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방과 칭찬에 움직일 필요 없다.
예기치 못한 비방에 근심할 것도 없고,
분에 넘치는 칭찬에 기뻐할 것도 없다.
不虞之毁不足卹 過實之譽不足喜
불우지훼부족휼 과실지예부족희
출처 : 윤형로(尹衡老),〈거향장(居鄕章)〉,《계구암집(戒懼菴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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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위 글은 조선 후기 학자 계구암(戒懼菴) 윤형로(尹衡老 1702~1782)가 지은 가훈(家訓) 가운데〈거향장(居鄕章)〉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저자는
“예기치 못한 비방에 근심할 것도 없고, 분에 넘치는 칭찬에 기뻐할 것도 없다.
내게 비방을 받을 만한 행동이 있으면 반성하여 고치면 된다.
그리고 내게 본래 허물이 없으면 남들의 괜한 비방을 두고 따질 것이 뭐 있겠는가.
내게 칭찬받을 만한 착한 행실이 있으면 남들이 칭찬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내게 본래 착한 행실이 없다면 남들의 괜한 칭찬은 도리어 수치스러운 일이 된다.
선비가 행실을 닦는 데 있어 비방과 칭찬에 움직일 필요가 없다.”
하였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동화 '팔려가는 당나귀'가 떠올랐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팔러 장에 가면서 벌어진 일을 적은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끌고 걸어가자 사람들은 더운 날 당나귀를 타지도 않고 그냥 간다고 비웃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당나귀를 타고 가자 어린 아들을 걷게 한다고 무정한 아비라고 손가락질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아들을 태우자 아버지를 걷게 한다고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라고 나무랐습니다.
어쩔까 하다 둘이 다 타고 가자 당나귀가 불쌍하다고 하면서 두 사람을 인정머리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결국 부자(父子)는 당나귀를 장대에 묶어서 메고 가다가 물에 빠뜨리고 맙니다.
칭찬 받기를 좋아하고 비난 받기를 싫어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그러나 칭찬에 기뻐하고 비방에 슬퍼하며 자기 중심을 잃고 흔들리기보다는, 소신에 따라 행동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편이 훨씬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옮긴이 : 하승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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