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통일부장관 취임사(제33대)
존경하는 통일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대통령님으로부터 통일부 제33대 장관으로 임명장을 받고 여러분 앞에 서면서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역사적인 사명감을 느낍니다.
먼저 여러분의 따듯한 환영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게 된 것을 기쁘고 영광 스럽게 생각 합니다.
우리는 지금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역사적인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북이 핵실험을 강행 함으로써 야기된 한반도는 물론 국제적인 긴장관계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으나 우리정부와 국제사회의 노력속에 6자회담의 재개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과거보다 강도 높게 강화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평화적인 외교적 노력과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긴 과정 이었습니다. 큰 틀에서 볼때, 4.19 민주혁명과 1987년 6월 항쟁과 같은 민주화 노력이 우리의 통일 운동을 한차원 높게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마침내 2000년 6.15 남북 정상의 공동 선언으로 이어져 화해 협력의 새 역사를 열었다고 믿습니다.
특히 저는 여러 업적들 중에서도 1992년 남북 기본 합의서와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축적 하여온 문화 ,사회, 종교 및 경제분야의 교류 협력의 성과는 한반도 평화정착에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이제 이러한 합의의 과정과 성과를 바탕으로 북핵문제와 현안 과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체제를 만들어 가야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엄중한 역사 현실 앞에서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 체제를 정착 시키기 위해 무엇보다도 일관성 있게 남북 간의 교류 협력을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지금 우리 통일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다음과 같은 기조 아래 우리에게 맡겨진 역사적 사명을 여러분과 함께 풀어 나가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는 역사의 흐름(trend)을 제대로 읽고 그 맥락(context)을 올바로 분석 이해하여야 합니다.
과거에 대한 정직하고도 엄정한 성찰(reflection)없이 현재를 분석할수 없고,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상호 연관 아래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미래의 가능한 전망(vision)을 만들어 갈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우리의 역사 의식을 함께 공유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상황은 남북간의 관계에서 시작하여 그 바탕에서 국제 사회와의 연관성을 분석하여야 할 것입니다.
둘째, 우리는 언제나 원칙과 목표를 흔들림 없이 지켜 가야 합니다.
통일은 헌법에 명시된 우리의 지향점이며, 이는 흔들릴수 없는 가치입니다. 목표가 우리가 지향해 가야할 역사의 지표라면 원칙은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기준과 방법 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평화와 통일은 우리의 목표이며 동시에 원칙 입니다. 평화는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 하여야 할 것이며 통일은 궁극적인 실체 입니다.따라서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공동 번영이라는 참여 정부의 기본 정책은 우리가 굳건히 지켜 가야할 원칙과 목표입니다.
셋째, 우리는 창의적인 대안을 끊임없이 창출하여 목표에 도달할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앞서가서 민족이 함께 갈수있는 평화의 길을 준비 하여야 할것입니다.
때로는 어둠을 걷어내고 새벽을 맞이하기 위한 파수꾼이 되어야 할 것이며 때로는 미미한 바람처럼 작은 소리까지도 경청하고 아주 작은 존재들의 생명까지도 소중하게 존중하는 구도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인내와 지혜와 열정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춘추 전국시대의 노자(老子)는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노자의 이 말은 먼저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만물을 이롭게 만들어 준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물의 특성을 살펴보면 물은 결코 다투지 않고 혼자 가는 일이 없습니다. 물은 그 시작부터 서로
모여 작은 물줄기를 이루고 흘러 내려갈수록 큰 물줄기를 만들어 마침내 거대한 하나의 바다를 만들어 냅니다. 결코 무리하지 않지만 회피하거나 도피하거나 투항하지 않습니다.
산이 가로막으면 돌아가기도 하고 바위를 만나면 비켜가기도 합니다.
웅덩이를 만나면 그 웅덩이가 다 채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흘러갑니다. 가장 낮은 곳만 찾는것이 물의 특성이며 결국 이 세상 가장 낮은곳인 바다를 모두 채워 하나로 만들어 버립니다. 여기에는 높고 낮음도, 강함도 약함도, 대결도 분쟁도 없습니다.
처음 시작 할때는 아주 약하고 가늘고 보잘것 없었지만 끝에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한 존재로 변신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바다라는 물이 강력한 것은 낮은 곳에 자리를 잡고 하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은 새로운 시작의 가치와 완성된 세계의 전망 그리고 더불어 함께 만들어 내는 정의로운 역사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 통일부는 맡겨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먼저 서로 함께 엉켜 일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다른 어떤 정부 조직보다도 여기에는 담이 없어야 하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 오직 민족의 미래를 바라보며 함께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대안을 창출하기 위한 정보의 공유와 창의적인 토론을 활성화하여야 하지만 동시에 철저한 보안의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업무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현장을 탐구하고 자료를 분석하며 새로운 대안을 위한 냉정한 평가를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구체적으로는 조직을 쇄신할 필요가 있으며 각자가 업무수행에 자부심을 가지고 책임있게 수행하려는 결의를 다져야 할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시작입니다. 또다른 시작입니다. 우리는 민족의 역사에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우리는 국가의 내일의 평화를 지켜가야 합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운명에 통일의 동력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통일가족 여러분, 이제 우리 다함께 이땅의 평화의 파수꾼으로서, 이 민족의 통일의 길잡이로서 새롭게 다짐합시다. 다함께 새로 출발합시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2006년 12월 11일
통일부장관 이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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