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재선생 묘지명(晦齋先生墓誌銘) 백사 이항복 찬(白沙 李恒福 撰) 아! 오래되었도다. 옛날 숙황제(肅皇帝) 24년인 을사년에 하늘이 우리나라에 혹독하게 재앙을 내리어 인묘(仁廟)가 승하하자 명묘(明廟)는 상중(喪中)에 있었고 모후(母后)가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하니, 인정(人情)이 흉흉하였다. 이 때 이기(李芑)라는 신하가 있어 신인(神人)을 속이고 임금의 밝음을 뒤바꾸어, 이에 두세 원흉(元兇)과 함께 임금은 어린 사람이라서 옛날의 일을 미처 알지 못할 것이라 하고, 대궐을 들어가서 상변(上變)을 하였다. 그래서 이 날 양전(兩殿 문정왕후와 명종을 가리킴)이 충순당(忠順堂)에 함께 나왔는데, 이기 등이 장차 윤임(尹任)ㆍ유관(柳灌)ㆍ유인숙(柳仁淑) 등을 대역(大逆)으로 무고하려고 하자, 조정에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