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즐거움 책은 여유가 있는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200년 전 쯤 인왕산 아래 옥류동(玉流洞)에 장혼(張混)이라는 가난한 선비가 살았다. 그는 벗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난하고 외롭지만 책을 읽고 기뻐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 하였다. 사람들이 즐거워할 만한 것은 많습니다. 귀에는 소리가, 눈에는 색깔이, 입과 코에는 냄새와 맛이 그러하지요.1) 이러한 것들이 눈앞에 몰려들어 마음을 흔들면, 반드시 온갖 지혜를 다 짜내고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내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려고 하지요. 그러나 그 좋아하는 바는 불과 잠깐 사이의 일일 뿐입니다. 여러 가지 음악이 떠들썩하거나 맑은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지거나 간에, 연주가 한 번 끝나고 나면 산은 텅 비고 물만 흐를 뿐이지요. 하얗게 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