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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 '청와대 집무실' 집착이 놓치고 있는 것.

야촌(1) 2022. 3. 19. 15:04

[ 아시아경제] 윤석열 당선인 '청와대 집무실' 집착이 놓치고 있는 것.

정작 중요한 민생 사안들 파묻혀
"국민 일상 망가뜨리며 파고들 이유 무엇이냐"
언론 소통하고 질문에 대답하려는 자세가 중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만나 최근 국제현안에 대해 반 전 총장의 의견을 듣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국정 과제가 청와대 집무실 이전이 돼 버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식적으로 꾸려지기 전부터 집무실 이전 이슈가 언론을 장식하더니 결국 이르면 내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집무실 이전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당선인 대변인실은 윤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 후보지인 외교부 청사와 국방부 청사를 답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발발, 경제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집무실 이전은 속도감 있게 광화문(외교부 청사)을 넘어 용산(국방부 청사)까지 도달했다.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검토해보는 것 자체가 아예 합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청와대의 소통 부족은 늘 중요한 사회적 안건이었다.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사안이다. 그러나 당선된 지 일주일여만에 이렇게 서둘러 결정할 인수위가 가장 최우선에 두고 논의해야 할 문제인지, 또 논의 과정은 적합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

 

이슈의 중심에는 하필이면 '윤석열 핵심 관계자'라고 불리는 윤핵관이 있다. 당선인 직속도 인수위 직속도 아지니만 집무실 이전 논의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청와대 이전 TF'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경호처장으로 내정된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물론 누가 자리를 맡느냐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공식적이지도 않으면서 갑자기 만들어진 팀으로부터 나온 아이디어는 졸속이란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TF는 집무실 이전 논의를 위해 지난 14~15일 국방부 청사를 방문했고 관련 최종 보고서는 16일 완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현판식에 참석한 윤석열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현판식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집무실 이전 이슈가 이처럼 불거지고 있는 상황은 사업 자체가 백년대계이기도 하지만 결국 윤 당선인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핵심 관계자 입단속을 시키고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다른 정책 이슈를 들고 나왔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언론의 눈도 돌릴 수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그럴 만한 정책 아젠다 제시를 윤 당선인 측은 하지 못 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을 정책들을 제시해 국민 지지율을 한 단계 높여야 할 금쪽같은 시간에 숱한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는 용산 이전 문제로 일주일째 씨름하고 있다"며 "정작 중요한 다른 민생 사안들은 그에 파묻혀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분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소통은 결국 경청의 문제다. 경청은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를 좁히거나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경청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되고 이를 실제 반영해 낼 때 완성된다. 당선인 신분에서는 이왕이면 점심 식사를 '혼밥(혼자 밥먹기)하지 않겠다고 한 이상 오찬 시간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된 다음엔 기자 간담회를 자주 열고 대국민 담화를 더 많이 하는 방식도 있다.

 

윤희숙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국민 속으로'를 무조건 응원한다. 그러나 방식은 다양할 수 있으니 시간을 두고 여러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며 "국민의 일상을 망가뜨리며 굳이 그 속을 파고들 필요가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속으로'는 공간보다 마음의 문제"라며 "항상 언론과 소통하고 질문에 대답하려는 자세야말로 불통에 지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