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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고유의 'DNA지도' 만들었다.

야촌(1) 2021. 4. 27. 00:32

[중앙일보] 문희철 입력 2021. 04. 27. 00:06

박종화 UNIST 교수 1만명 게놈 해독
한국인 표준 유전자 정보 DB 구축
영미인과 염기서열 4000만개 달라
박 교수 "암·희귀병 치료 길 열릴 것"

 

 

 

울산과학기술원 박종화 교수는 26일 한국인 1만명 게놈 해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사진 UNIST]

“한국인 게놈 지도만 완성하면 암이나 희귀병도 모두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습니다.”

 

박종화(54)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2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가 이끄는 ‘울산 만 명 게놈 프로젝트’는 이날 한국인 1만 명에 대한 게놈(genome·유전체) 해독을 완료했다고 선언했다.

 

‘울산 만 명 게놈 프로젝트’는 건강인 4700여명, 질환자 5300여명 등 1만44명의 한국인 게놈 정보(‘Korea 10K’)를 수집·해독하는 사업이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DNA로 구성된 모든 유전정보를 지칭하는 말이다. 흔히 ‘생명의 설계도’라고 불린다.

 

지난 2003년 영국을 중심으로 다국적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인간게놈 지도를 만들었다. 한 명의 유전자를 정밀하게 해독한 지도다. 이후 각국에서 자국민의 게놈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놈 지도를 통해 각종 질병의 해법을 찾을 수 있어서다.

 

가령 누군가 암에 걸렸다고 가정하자. 정상 세포와 비교해 암을 유발한 세포의 어떤 염기서열에 돌연변이가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암을 진단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이를 위해서 한국인의 표준 게놈 지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1만 명 이상의 자국민을 대상으로 게놈 지도를 완성한 국가는 영국·미국·중국 등에 불과하다. 게놈 해독에 워낙 많은 자금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박 교수 연구팀이 2015년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금까지 1만44명의 게놈 정보를 수집·해독하는데 180억여 원이 투입됐다.

 

박 교수는 “전문인력 부족이나 연구자금 지원 등에서 아쉬운 대목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해준 국민이 많아서 생각보다 빠르게 1만 명의 게놈 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인의 표준 유전자 변이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게놈뿐만 아니라 전사체·외유전체·건강검진정보·임상정보·생활습관정보 등을 확보했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차세대 게놈 사업(‘다중오믹스 빅데이터’)으로 이어진다. ‘다중오믹스 빅데이터’는 인간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질병의 원인과 변화를 밝혀내는 연구 방식이다.

 

박 교수팀은 앞으로 지금까지 완성한 1만 명의 게놈 지도 분석에 집중할 계획이다. 나아가 한국인 10만 명의 게놈 지도 작성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한국인이 잘 걸리는 유전 질환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UNIST 연구진은 지난해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인 게놈 분석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한국인의 게놈 지도가 영국인, 미국인을 대상으로 완성했던 인간의 표준 게놈 지도와 다른 염기서열을 4000만개 정도 발견했다.

 

이 가운데 34.5%가 한국인의 염기서열에서 딱 1번만 발견되는 ‘독특한 변이(singleton variant)’였다. 박 교수팀의 전성원 연구원은 “한국인이 잘 걸리는 특이한 유전 질환을 규명하는 데 게놈 지도를 활용할 수 있다”며 “위암을 분석할 때 한국인 게놈 지도를 활용해 보다 정확하게 암의 원인과 상태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