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정경심이 구속 자초했다"···운명 가른 결정적 세장면
[중앙일보]입력 2019. 10.24. 15:46 수정 2019. 10.24 18:30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
중앙지법에 자본시장법 위반(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 대한 영장실질심사
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구속을 가른 결정적 요인은 정 교수의 증거인멸 시도다. 특히 행방이 묘연한 동양대 표창장 원본과 정 교수의 노트북, 사건 관계자와의 통화기록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구속을 불렀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정 교수가 구속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부장판사는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구속 사유를 46자로 짧게 밝히면서도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했다. 구속 사유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70조에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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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조국 계좌서 빠져나간 돈, 싼값 주식 취득
정 교수 측은 구속영장에 기재된 11개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송 부장판사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정 교수에게 사모펀드 관련 혐의만 4개를 적용했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정 교수가 조범동(36)씨를 통해 미공개정보를 취득하고 지난해 1월 2차전지 업체 WFM의 실물주식 12만 주를 차명으로 시세보다 싸게 샀다는 점을 부각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1주당 5000원으로 총 6억원에 WFM 주식 12만 주를 매입했는데 당시 WFM 주식은 1주에 7000원 내외로 거래되고 있었다. 검찰은 WFM 주식 매입에 사용된 돈 중 수천만원이 조 전 장관 계좌에서 빠져나온 정황도 확보했다.
정 교수가 장외에서 시세보다 싸게 취득한 주식과 남편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조 전 장관에게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아들과 함께 정경심 동양대 교수 면회를 마친 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정 교수 측은 영장심사에서 “미공개정보가 아닌 공개된 정보였다”는 취지로 반박했지만 송 부장판사가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밝힌 만큼 정 교수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은 정 교수 동생 정모(56) 보나미시스템 상무의 집에서 실물주식 12만 주를 발견했다. 정 교수에게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정 교수가 물적 증거를 통해 소명이 되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스스로 구속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며 “정 교수 측이 예상한 것보다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더 많이 확보했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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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행방 묘연한 노트북·표창장 원본
검찰은 증거위조 및 인멸 교사 범죄는 죄질이 불량하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정 교수가 노트북을 숨기고 검찰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정 교수가 핵심 증거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큰 노트북을 완전히 은닉할 수 있다는 취지다.
앞서 검찰은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이었던 김경록(37) 한국투자증권 차장을 여러 차례 소환해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의 일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김 차장은 검찰에서 “9월 6일 정 교수로부터 ‘켄싱턴 호텔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올 때 차 뒷좌석에 있는 노트북 가방을 가지고 오라고 해 이를 호텔 2층에서 건네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 차장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여의도 켄싱턴 호텔의 폐쇄회로(CC)TV 영상까지 확보한 검찰은 CCTV에 김 차장 등이 찍힌 시간대와 그의 진술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진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영장심사에서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9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조국
후보자 딸이 받았다는 표창장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교수가 동양대 총장 표창장 원본을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것도 영장 발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딸(28)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정 교수를 기소하고 추가 수사를 벌여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딸이 가지고 있다”고 한 표창장 원본은 확보하지 못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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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관계자들과의 통화기록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면서 지난달부터 정 교수와 통화를 한 사모펀드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해왔다.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이자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총괄대표인 조범동(36)씨 뿐 아니라 사모펀드사의 임직원들과도 검찰 수사 전후로 여러 차례 통화한 기록을 확보해서다.
검찰은 코링크PE 이상훈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정 교수와의 통화내역을 일일이 제시하며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물었다. 정 교수가 블라인드 투자 조항이 포함된 운용보고서를 만들도록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체를 은폐하기 위해 청문회 전 주요 참고인을 접촉해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등 부적절한 압력을 행사한 점 등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사가 나간 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계좌에서 WFM 주식 취득 자금이 빠져나갔다는 데 대해 "저를 WFM과 연결시키려는 어처구니 없는 시도다"고 알려왔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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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아들과 함께 서울구치소 찾아 정경심 50분 면회.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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