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조선사(朝鮮史)

조의제문(弔義帝文)

야촌(1) 2018. 1. 21. 21:44

김종직(金宗直)의 조의제문(弔義帝文)

 

[요약] 조선 성종 때 세조의 왕위찬탈을 풍자해 김종직(金宗直)이 지은 글.

[창작연대] 1457년(세조 3)

[저작] 김종직(金宗直)

[형태] 제사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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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필재 조의제문(附畢齋弔義帝文)

 

정축년(1457,세조 3) 10월 어느 날 나는 밀성(密成), 지금의 경상북도 밀양에서 경산을 거쳐 답계역(䠌溪驛), 지금의 경상북도 성주에서 잤다. 그때 꿈에 한 신령이 일곱 가지 무늬가 들어간 예복[七章服]을 입은 헌칠한 모습으로 와서 “나는 초(楚) 회왕(懷王) 손심(孫心) 인데, 서초패왕(西楚覇王) 항우에게 살해되어 침강에 빠뜨려졌다.”라고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나는 깨어나서 놀라며 중얼거렸다. “회왕은 중국 남쪽에 있는 초나라 사람이고 나는 동이 사람이니, 거리는 만리 넘게 떨어져 있고, 시간의 선후도 천년이 넘는다. 그런데도 꿈에 나타났으니 이것은 얼마나 상서로운 일인가? 또 역사를 상고해 보면 강에 빠트렸다는 말은 없는데, 혹시 항우가 사람을 시켜 몰래 쳐죽이고 그 시체를 물에 던진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침내 글을 지어 조문하였다.

 

하늘이 사물의 법칙을 부여해 사람에게 주었으니 / 惟天賦物則以予人兮

그 누가 사대와 오상을 준행할 줄을 모르리오 / 孰不知其遵四大與五常

중화엔 풍부하고 이적엔 인색한 게 아니거니 / 匪華豐而夷嗇兮

어찌 옛날에만 있었고 지금엔 없으랴 / 曷古有而今亡

그러므로 나는 동이 사람이요 또 천 년 뒤의 오늘에 / 故吾夷人又後千祀兮

삼가 초 나라의 회왕을 조문하노라 / 恭吊楚之懷王

옛날 진 시황이 포학을 자행하여 / 昔祖龍之弄牙角兮

사해의 물결이 검붉은 피바다를 이루니 / 四海之波殷爲衁

상어나 미꾸라지도 어찌 스스로 보전하랴 / 雖鱣鮪鰍鯢曷自保兮

그물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다하였네 / 思網漏以營營

이 때 산동 육국의 후사가 된 사람들은 / 時六國之遺祚兮

침몰하고 방랑하는 고작 필부 편맹들뿐이었네 / 沈淪播越僅媲夫編氓

항량은 남쪽 초 나라 장수의 후예로서 / 梁也南國之將種兮

어호를 뒤따라 대사를 일으키어 / 踵魚狐而起事

임금을 찾아 얻어서 백성의 소망을 따르니 / 求得王而從民望兮

웅역에게 끊어진 제사를 다시 보존했도다 / 存熊繹於不祀

제왕의 상서를 쥐고 왕위에 오르니 / 握乾符而面陽兮

천하에 진실로 천씨보다 더 높은 이 없었고 / 天下固無尊於芊氏

장자를 보내어 관중을 들어가게 하였으니 / 遣長者以入關兮

또한 족히 인의로운 마음을 볼 수 있었네 / 亦有足覩其仁義

양과 이리처럼 탐포하여 멋대로 관군을 멸족시켰는데 / 羊狠狼貪擅夷冠軍兮

어찌 그를 잡아다가 처형하지 않았던가 / 胡不收以膏齊斧

아 형세가 대단히 어긋난 것이 있었으니 / 嗚呼勢有大不然者

나는 회왕을 위하여 더욱 두려웁도다 / 吾於王而益懼

끝내 배신한 자에게 시해를 당하였어라 / 爲醢醋於反噬兮

과연 천운이 크게 어긋났도다 / 果天運之蹠盭

침강 가의 산은 우뚝이 하늘에 치솟았는데 / 郴之山磝以觸天兮

햇빛은 침침하여 저물녘을 향하였고 / 景晻曖而向晏

침강의 물은 밤낮으로 흘러가는데 / 郴之水流以日夜兮

물결은 넘쳐 흘러 되돌아오지 않도다 / 波淫泆而不返

한스러워라 천지는 장구하여 언제 다하랴마는 / 天長地久恨其曷旣兮

그 넋은 지금까지도 떠돌아다니리라 / 魂至今猶飄蕩

나의 충심은 금석을 뚫을 만하기에 / 余之心貫于金石兮

왕께서 갑자기 몽상에 나타났도다 / 王忽臨乎夢想

자양의 노련한 필법을 따라 / 循紫陽之老筆兮

마음 설레며 공경히 사모하여 / 思螴蜳以欽欽

술잔 들어 땅에 부어서 제사지내니 / 擧雲罍以酹地兮

바라건대 영령은 내려와 흠향하소서 / 冀英靈之來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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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附畢齋弔義帝文

 

丁丑十月日。余自密城道京山。宿踏溪驛。夢有神人。被七章之服。頎然而來。自言楚懷王心。爲西楚霸王項籍所弑。沈之郴江。因忽不見。余覺之愕然曰。懷王。南楚之人也。余則東夷之人也。地之相去。不啻萬有餘里。世之先後。亦千有餘載。來感于夢寐。玆何祥也。且考之史。無投江之語。豈羽使人密擊。而投其尸于水歟。是未可知也。遂爲文以弔之曰。

惟天賦物則以予人兮。孰不知其遵四大與五常。匪華豐而夷嗇兮。曷古有而今亡。故吾夷人又後千祀兮。恭弔楚之懷王。昔祖龍之弄牙角兮。四海之波殷爲衁。雖鱣鮪鰌鯢曷自保兮。思網漏而營營。時六國之遺祚兮。沈淪播越僅嫓夫編氓。梁也南國之將種兮。踵魚狐而起事。求得王以從民望兮。存態繹於不祀。握乾符而面陽兮。天下固無尊於芊氏。遣長者而入關兮。亦有足覩其仁義。羊狠狼貪擅夷冠軍兮。胡不收以膏諸斧。嗚呼勢有大不然者。吾於王而益懼。爲醢腊於反噬兮。果天運之蹠盭。郴之山磝以觸天兮。景晻曖而向晏。郴之水流以日夜兮。波淫溢而不返。天長地久恨其曷旣兮。魂至今猶飄蕩。余之心貫于金石兮。王忽臨于夢想。循紫陽之老筆兮。思螴蜳以欽欽。擧雲罍以酹地兮。冀英靈之來歆。

 

 

 ↑점필재 김종직「1431(세종 13)∼1492(성종 23)」선생 반신 화상

 

↑점필재 김종직 선생 종택(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84)